강절 선생께서 하루는 낮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그 앞으로 쥐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선생은 엉겁결에 베고 있던 베개(瓦枕)를 던졌으나 쥐는 달아나고 도자기로 만든 베개만 깨어졌다. 그런데 깨어진 베개 속으로 언뜻 글씨가 보이므로 주어서 읽어보니 “이 베개는 어진 사람(현인: 강절)에게 팔려가게 될 것이나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쥐를 잡으려 던졌다가 깨어지게 되리라”하고 씌어 있었다. 선생은 깜짝 놀라 괴이 여기어 그 베개를 구입한 도가(陶家)를 찾아가 물어보니, 베개를 만든 도공이 말하기를 “옛날에 한 사람이 손에 주역을 들고 찾아와 앉아 쉬면서 그 베개를 들어 구경을 하고 살펴보다가 간 일이 있는데 이 글은 분명 그 노인이 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동안 오지 않은 지 오래 되었으나 내가 그 집을 알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므로 선생께서 도공을 앞세워 그 집을 찾아가니 노인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그 집 가족들이 말하기를 임종할 때 책 한권을 주면서 “모년 모월 모일에 훌륭한 선비 한 분이 우리 집을 찾을 것이니, 그 선비에게 이 책을 주면 나의 신후사(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일러 줄 것이다.”라는 말씀을 남겼다고 하면서 책을 주는지라 선생께서 이를 받아 열어보니 주역의 글과 아울러 역수를 추구하는 비결과 예시가 들어 있었다. 선생은 그 예에 따라 數(수)를 연산하고 추리한 다음 그 아들에게 “그대의 아버지가 세상에 계실 때 백금을 침상의 서북쪽 구들 밑에 묻어두었으니 그것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 아들은 즉시 선생의 말씀대로 구들 밑을 파 보니 과연 백금이 있었으며, 선생은 장례 절차를 일러준 다음 책을 가지고 돌아왔다.
                                                                                                            - 관매역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