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사망률, 신종플루 못지않다



[동아일보]

영유아 2회, 성인 1회 9~11월에 꼭 예방주사 맞아야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11월 중순 나오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백신에 밀려 예년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률은 신종 플루와 같거나 더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질병예방센터(CDC)는 매년 미국 인구의 5∼20%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20만 명이 입원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매년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병원을 찾는 독감 환자가 급증한다. 이진화 이화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006∼2007년 독감 사망률이 유난히 높았다”며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는 예방 접종을 꼭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

○ 감기증세 외에 심한 근육통 동반

계절인플루엔자라는 단어 대신 일반적으로 ‘독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독감을 독한 감기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독감과 감기는 원인이 다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수백 종에 이르는 병원균 때문에 걸리는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 며칠 지나면 낫는 감기와 달리 독감은 심할 경우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한다. 독감은 감기의 일반적인 증상 이외에도 초기에 근육통이 심하게 온다. 따라서 온몸이 심하게 욱신거리면 독감일 가능성이 높다. 감기가 시기를 타지 않는 것과 달리 독감은 유행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9월 중순부터 예방접종을 받으라는 이유도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가 1∼3월이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받은 날부터 약 2주 후 항체가 만들어지고 4주가 되면 효능을 볼 수 있다. 보통 만들어진 항체는 6개월 정도 효능이 지속되기 때문에 10월 말까지는 맞아야 겨울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셈이다.

○ 65세 이상, 폐렴 예방접종도 함께

성인도 독감백신은 매년 맞아야 한다. 면역력이 약한 59개월 이하 영·유아, 어린이, 임신 3개월 이상의 임신부, 5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맞는 것이 좋다. 영·유아는 4주 간격을 두고 2회 맞히고, 성인은 1회 접종한다. 특히 65세 이상인 경우 독감 예방접종과 폐렴 예방접종을 모두 하는 것이 좋다. 호흡기 점막이 바이러스로 인해 떨어져 나가 ‘울타리’가 손상된 상태여서 세균성 폐렴이 더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다. 발병하지 않도록 미리 ‘연습게임’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신을 맞으면 핏속 림프구에서 항체를 만드는데 항체가 있는 사람은 균이 다시 들어왔을 때 발병하지 않는다. 몸 안에 자기 것이 아닌 이물질이 들어오기 때문에 백신을 맞은 뒤 살짝 열이 나거나 앓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전체 접종 인구의 5%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운동 등 면역력 키우면 효과 두배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르고 변종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예방접종도 매년 받아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 세 종류가 있다. C유형은 거의 유행을 하지 않는 바이러스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A유형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할 때 바이러스 표면의 두 가지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하나는 H(hemagglutinin), 다른 하나는 N(neuraminidase)으로 표시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로는 H가 16종류, N이 9종류다. 산술적으로 H와 N의 조합을 따져 보면 총 144종의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홍콩독감은 H3N2, 조류인플루엔자는 H5N1, 신종 플루는 H1N1으로 불리는데 이 암호 같은 조합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질병을 100%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인플루엔자 A, B 중 전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바이러스 종류를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와 CDC 등은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이러스 조합을 선정한다. 대부분 예방효과가 있지만 과거 20년 동안 네 차례 정도 예상을 빗나간 적이 있었다. 박승철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료제와 백신도 중요하지만 운동과 영양분 섭취를 통해 자기 몸의 면역력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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