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따른 몸의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인체 감정 지형도. 붉은색이 활성화 부위이고, 파란색이 비활성화 부위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제공.

‘마음’ 가는대로 ‘몸’간다
감정에 따른 신체 변화의 놀라움
행복감 느낄때 몸 가장 활성화
우울감은 온몸 처지게 만든다
슬픔, 수치심은 두 가지 혼재

사랑하면 몸 따뜻해지고, 혐오감 느끼면 
배가 민감해져 메스꺼움 느껴

우리 몸은 행복감을 느낄 때 가장 활성화되고, 우울감을 느낄 때 가장 무기력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알토대 연구진은 서유럽인과 동양인 7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체 자가점검 실험을 통해, 감정이 몸에서 실제로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놨다.

연구진에 따르면 감정은 우리의 심리적, 신체적 상태를 조절해 자신이 맞닥뜨린 환경에 대처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감정에 따른 신체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걱정(anxiety)을 하게 되면 가슴에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사랑에 빠지게 되면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연구진이 작성한 인체 감정 지형도를 보면, 대부분의 감정이 강한 신체적 지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장 활성화하는 감정은 행복감이었다. 사랑의 감정 역시, 종아리 아래쪽을 제외한 온몸의 감각기관들을 활성화시켰다. 우리는 뭔가에 화가 나거나 무서움을 느낄 때 평소보다 심장이 더 크게 뛰거 호흡이 가빠지는 듯한 경험을 흔히 한다. 실제로 이번 실험 결과, 분노감과 두려움은 가슴 윗부분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가 난 경우에는 팔과 손 부위가 강하게 활성화했다. 이는 상황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감정이 신체를 조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서로 다른 신체 반응을 동시에 부르는 감정도 있었다. 슬픔과 수치심을 느끼거나 뭔가에 놀랐을 경우, 상체는 활성화했지만 하체는 기운이 빠졌다. 우울감(depression)은 온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감을 느낄 때, 우리는 흔히 ‘속이 메스껍다’는 표현을 쓴다. 실험 참가자들 역시 혐오감을 느낄 때 소화기관이 있는 배 부위가 특히 민감해졌다. 이 대학의 라우리 넘멘마 부교수는, 신체 변화에 대한 자각은 다시 해당 감정의 느낌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 각 감정별 신체변화의 유형은 동양인과 서양인을 불문하고 일치했다. 이는 감정과 그에 상응하는 신체감각 유형에, 인간 전체에 통용되는 생물학적 근거가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풀이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감정이 몸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정서적 장애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에는 핀란드, 스웨덴, 대만인 701명이 참가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감정을 유도하는단어, 이야기, 영상, 다른 사람의 표정 등을 보여준 뒤 참가자들로 하여금 활성이 증가되거나 감소된다고 느끼는 신체 영역을 스스로 색칠하게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12월3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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