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간의 날'.."술에 절은 내 간 괜찮을까"

2008년 10월 17일(금) 6:03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10월 20일은 '간의 날'이다. 간은 3천억개 이상의 간세포로 구성된 장기로 우리 몸속 장기 가운데 가장 크다. 무게가 1.2~1.5㎏에 달하며 인체 내 혈액의 3분의 1정도가 간에 저장돼 있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단백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약물이나 몸에 해로운 물질들을 해독한다. 또한 쓸개즙을 만들고 우리 몸에 들어오는 세균,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맡은 일이 많은 만큼 간 손상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술 소비가 많은 국민은 간 손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15세 이상 술 소비량이 세계 2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위스키와 같은 독주 소비량만 보면 OECD 전체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술 소비량이 소주 82병, 맥주 120병, 위스키 1.9병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 같은 술 소비량은 폭탄주나 술을 권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회 풍토와 관련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술과 관련된 간질환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간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찬 상태로 정상 간에 비해 간이 크고 무겁다. 이 질환은 간초음파와 CT검사를 통해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지방간은 보통 술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원인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두 종류 모두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의 날을 맞아 대한간학회 및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알코올성 간질환과 비알코올성 간질환, 적당한 음주요령 등에 대해 알아본다.

◇ 알코올성 간질환 =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으로 구분되는데 이들 질환은 환자에 따라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혈액검사만으로 알코올성 간질환을 진단하거나 그 정도를 파악할 수는 없다. 특히 아무런 증상 없이도 알코올성 간질환은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에 의해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지만 간세포 손상은 거의 없는 질환으로 알코올성 간질환 중 가장 흔하다.

이러한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90%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혈액검사에서 중성지방이 증가되고, 간기능 검사 중 AST(SGOT)와 ALT(SGPT)에 비해 특히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 여부를 알수 있는 r-GTP가 증가된다.

AST, ALT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인데 이 두 효소의 수치가 높을수록 간세포가 많이 손상됐음을 뜻한다. 이 수치는 35IU/L 미만이 안전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회복될 수 있는 질환으로, 술을 끊으면 수주에서 수개월 내 정상으로 돌아온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거의 증상이 없다. 하지만 갑자기 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복부 오른쪽 윗부분에 묵직한 불편감을 느끼면 한번쯤 지방간을 의심하고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은 알코올에 의해 간에 염증이 생기면서 비롯된 질환이다. 간세포가 파괴되고 결국 간이 손상되는 것을 의미한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증상이 아예 없거나 발열, 황달, 상복부 동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으며 간이 심하게 붓고 복수가 차거나 수개월 내에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음주 정도에 대한 과거력과 간기능 검사 등을 통해 진단될 수 있다. 경미한 경우 금주에 의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심한 경우 입원을 통해 스테로이드 투여, 간이식 수술 등 특수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알코올성 간경변증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감염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신다면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될 수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도 증상이 없이 지내다가 전신 피로감과 식욕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다른 원인에 의한 간경변증과 마찬가지로 진행 과정에서 복수, 식도 정맥류와 출혈, 간성뇌증 또는 혼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간경변증으로 진행돼 금주를 하면 급속한 진행은 억제될 수 있으나 정상 간으로 되돌아오기는 어렵다.

◇ 비알코올성 지방간 = 통계치를 보면 미국 전체인구의 16~23%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고령층 남성에서 발생률이 높고, 젊은층 여성에서 발생률이 낮다고 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의 15%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당뇨환자의 50~55%, 비만환자의 75%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동반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보통 알코올 섭취량이 남성은 주당 140g 이하, 여자는 주당 70g 이하이면서 다른 원인 질환이 없을 때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판정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에 의한 대사증후군이 주범으로 꼽힌다. 대상증후군은 몸에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의 혈중수치가 낮으면서 혈압, 혈당, 혈중 중성지방은 높고 복부비만인 경우를 말한다. 보통 이 중 3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다.

이 질환은 특히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나타나는 복합적 병증이라고 해서 '인슐린 저항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요원인으로는 체내에 인슐린이 있더라도 저항성이 강해 고혈당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인슐린 농도만 높아지는데 있다. 혈당 대사 이상으로 당뇨병이 나타나고, 지질대사이상으로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고밀도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성분의 증가로 고혈압 등이 발생하는 이치다.

한국인의 경우 30대의 15~20%, 40대 이상의 30~40%가 대사증후군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상간에서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지면 지방간으로 발전하고, 지방간 상태에서 면역단백질인 사이토카인과 내독소 등에 의해 지방간염으로 발전한다.

전문의들은 보통 간에 15~20%의 염증반응이 있을 때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20%는 5~10년 내에 간경변증으로 발전하며, 이후 간경변증의 30~40%는 사망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앞서 당뇨병이나 비만 등의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는 혈당 조절 치료가 중요하고, 고지혈증이나 혈압 치료도 함께 받아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지방간 환자가 과체중 혹은 비만을 동반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체중 감량과 적절한 식사요법,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병행해 줘야 한다.

체중의 경우 자신의 몸무게가 표준 체중의 110~120%이면 과체중, 120% 이상이면 비만, 200% 이상이면 고도 비만이다. 현재 체중의 10%를 3~6개월 내에 서서히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게 좋다.

너무 급작스런 체중 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간을 위한 식사로는 세끼를 모두 챙겨 먹되 한 끼 분량을 조금씩 줄이고, 지방과 당질의 섭취를 줄이는 대신 단백질과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 대신 삶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채소, 과일, 유제품 등을 통해 비타민과 무기질도 섭취해야 한다.

운동으로는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는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조깅, 수영, 등산, 에어로빅댄스 등의 유산소운동이 좋고 일주일에 3번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한다.

아직까지 지방간 치료에는 약물보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한 체중 감량이 더 효과적이다.

대한간학회 이영석 이사장은 "현재는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나 비타민 E, C와 같은 항산화제, 간장 보호제 등이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러 가지 다이어트 약제 사용이나 체중 감량 수술 등은 전문의와 상의 후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술과 지방간에 대한 10가지 오해 바로잡기

1.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도 걸릴 수 있다.

아니다. 과음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2. 독한 술을 마시면 간질환에 더 잘 걸린다?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마신 알코올의 양이 중요하다. 알코올 10g은 맥주 1컵(200㎖), 소주 4/5잔(40㎖), 양주 1/2잔(25㎖) 분량이다.

3. 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하는 주량은 정해져 있다.

술 때문에 간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과 관계가 있으며 개인차가 심하다.

4. 같은 양을 마셔도 여자보다 남자가 지방간에 더 잘 걸린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유전적 요인과 체내 알코올분해 효소가 적어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5. 간 손상은 음식과 무관하다.

영양상태에 따라 간 손상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고른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6. 다른 질환이나 약 복용은 지방간과 무관하다.

다른 간질환이 있거나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는 적은 양의 음주로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7. 혈액검사만으로 알코올성 간질환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

혈액검사만으로는 알코올성 간질환 진단이 어렵다. 간초음파 등 영상의학적 검사가 꼭 필요하다.

8. 알코올성 간질환은 특이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안심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아무런 증상 없이도 간경견증, 간암으로 진행 될 수 있다. 조기검진과 치료가 중요하다.

9. 한번 지방간이 발생하면 술을 끊어도 정상 간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술을 끊기만 해도 정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10.술을 마시는 사람이 모두 간질환에 걸린다.

유전적 요인과 관계가 있고 개인차가 심하다. 그러나 술을 오랫동안 많이 마시면 간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 간 수호 음주수칙 8계명

1. 2잔의 데드라인을 넘지 않는다.

2. 음주 후 3~5일은 절주한다.

3. 자신의 주량 이상 마시지 않는다.

4. 괴로움을 술로 풀지 않는다.

5. 빈속에 마시지 말고, 과일·야채 안주를 꼭 먹는다.

6. 술은 혼자 마시지 않는다.

7. 간질환이 있다면 절대 금주한다.

8. 정기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한다.

(도움말:대한간학회)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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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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