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억5천100만년 전 페름기말에 일어난 지구 최악의 대멸종 사건은 급격한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멸종 직전의 당시 생태계는 오늘날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ABC 뉴스 인터넷판이 최신 연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멸종은 지구상에 일어난 5차례의 대멸종 가운데 최악의 것으로 해양생물의 90%와 육상 생물의 70%가 이때 사라졌으며 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 이후 500만년이 걸렸지만 아직까지 그 원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여러 대학이 참여하는 학제 간 연구팀은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재난에도 불구하고 소행성 충돌과 같은 단일 원인이 지질학적 기록으로 남지 않은 점에 의문을 품고 과거 기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당시 지구는 오늘날과 매우 비슷하게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 현상이 심각했으며 이로 인해 연쇄적인 재난이 일어나 바다에서 산소가 사라지고 독가스를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린다 엘킨스-탠턴 MIT 교수는 당시 지구 생태계는 인간이 지배하는 오늘날처럼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무언가가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늘날 우리도 커다란 결정타를 맞는다면 대멸종을 겪을 처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2억5천만년 전께 지구는 빙하기에서 막 벗어나고 있었으며 생태계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현재 시베리아 땅에서 지각을 뚫고 마그마가 대규모 분출을 일으켰다.

약 100만년 동안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육지는 두께 800m의 용암으로 덮였으며 오랜 옛날부터 엄청난 양의 석탄과 석회암이 쌓여 있던 지각층이 뜨거운 용암과 만나 불타면서 막대한 양의 탄소 가스가 배출됐다.

이는 오늘날 인간의 화석 연소에 따른 대기 중 탄소가스 급증 현상과 비슷한 것인데 더워진 대기가 해수면을 데우고 그 위에 자리잡자 깊은 바닷물에 산소를 공급하던 해류 순환이 밈추고 깊은 바다에서 산소가 고갈됐다.

한편 육지에서는 침식현상이 가속화돼 바다에 인(燐) 등 영양물질을 쏟아 부었고 해수의 부영영화로 적조 현상이 일어났으며 조류(藻類)의 부패로 그나마 남아있던 산소는 완전히 고갈됐다.

이는 오늘날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죽음의 바다'와 같은 현상으로 이런 면적이 넓어지자 산소에 의존하던 많은 해양생물들은 질식해 죽었다.

이런 상황에 마지막 타격을 가한 것은 독가스였다.

오늘날 흑해처럼 일정 깊이 이하에 산소가 없는 바다에서는 산소에 의존하는 유기물들은 표면 가까이에, 산소를 기피하는 미생물들은 깊은 곳에 살고 있어 화학성층(chemocline)을 이루는데 이런 층 밑에 사는 유기물들은 산소가 아닌 황 성분을 흡입하고 유독성 황화수소를 방출한다.

연구진은 동식물에 유해한 독가스가 바다에서 대량 방출돼 육지의 동식물을 멸종시켰을 것이라는 가설은 페름기말의 대멸종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페름기말 해수면층에 남아있던 혐기성 유기물의 분자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소가 없어짐에 따라 황을 섭취하는 유기물들이 깊은 바다에서 표면층으로 상승해 지구 대기층에 황화수소를 직접 방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황화수소는 또한 지구 오존층도 잠식해 대기중 산소 농도는 15%로 떨어졌으며 동식물은 그 결과 질식하거나 장기간의 스트레스 합병증으로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기중 산소 농도는 약 21%이다.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는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생태계에 지나친 압박을 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