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써 일 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일이다.

지인을 통해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예전에 사회 활동을 하시다가 지금은 주부로써, 엄마로써, 아내로써 완벽하시며 가족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바치는 분이라 할 수 있겠다.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자신의 학식이나 인격도 부족함이 없는 분이었다.

그분에게는 고3으로 대학 입시를 앞둔 딸이 있었는데, 그 딸도 공부를 잘하고 학교생활에서도 인정을 받는 학생이었다. 물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면이 조금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지는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무튼 딸은 본래 공부를 잘하던 관계로 학교 성적이 떨어지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감정의 기복이 컸으며, 결국 그 스트레스는 모두 가족의 몫이 되었으며, 그것을 가정에서 직접적으로 받는 엄마에게는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싸움 아닌 싸움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단다.

그러나 고3이란 중압감 속에서 빚어지는 안 좋은 상황이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수는 없었으며,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딸의 우울증 증세는 심해졌고, 그 상황을 함께 겪는 엄마 역시 우울증 증세가 더욱 깊어만 갔다.

나한테 문의를 했을 때는 상태가 많이 깊어진 상황이었으며, 병원 상담, 치료 모두 안 해본 것이 없을 때였다.

그리하여 사주를 먼저 살피니 본 命造(명조)에 沖剋이 있는데 庚寅(경인) 년이 되면서 다시 沖剋(충극)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歲運(세운)이 喜神(희신)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神殺(신살)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린다면, 이분의 命造(명조)에 卯(묘)와 申(신)이 있어 원진살이며 卯酉(묘유)로 沖(충)이 되는데, 歲運(세운)에서 寅(인)이라는 글자가 들어와 다시 寅(인)과 酉(유)로 원진살이 겹치고 또 寅申(인신) 沖(충)으로 沖剋(충극)이 가중되므로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각종 神殺(신살)의 영향력은 사주에서 정해진 吉凶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六爻(육효) 점으로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得卦(득괘)의 결과는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穴地(혈지) 즉 집터에 해당하는 世爻(세효)가 官鬼(관귀)로 動(동)하고 孫爻(손효)가 無氣(무기)하여 손상이 되고 있었다.

六爻(육효)의 風水(풍수) 占(점)에서 世爻(세효)란 바로 穴地(혈지: 집터)이며, 官鬼(관귀) 爻(효)는 귀신에 해당하고,, 動(동)했다는 것은 그 기운이 활동을 한다는 의미이니, 즉 귀신이 있는 집터로 집안이 망하게 되거나 가족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아울러 世爻(세효)는 穴地(혈지)이면서 得卦(득괘)의 주체자이기도 한데 官鬼(관귀) 爻(효)가 臨(임)했으니 그 분 당사자에게 귀신이 붙었다는 의미이며, 다시 孫爻(손효)가 손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딸의 신상에까지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결국 모든 상황의 원인은 집터가 이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사를 권했다.

다행인 것은 경제력은 있는 집이니 이사할 집만 나타나면 이사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사할 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집이 나온다 해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해서 가족 모두가 안정되는 집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 사무실을 다니면서, 딸이 다니는 학교와 크게 멀지 않은 집들 중에서, 이사할 만한 집이 나올 때 마다 내게 전화를 하게하고, 나는 그 즉시 그 주소를 가지고 육효점을 하였다.

이와 같은 방법을 활용했지만 그 분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집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거듭되는 가운데 마침내 7~8번 만에 가족 모두에게 맞는 집을 구할 수 있었으며, 그 사람들에게 합당한 날을 잡아 이사를 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딸도 안정이 되고, 그 분도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이 되었으며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그 딸이 서울에서 내놔라 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고, 재미있는 생활 속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신학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運(운)의 向方(향방)에 따른 흥망성쇠, 생노병사는 사주팔자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나 타고나는 순간 주어지는 시간(사주팔자) 외에 다시 공간적 기운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곧 산세 및 집터의 精氣(정기: 風水: 풍수)와 부모, 형제들 간에 미치는 육친적 상호관계인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사할 때마다 좋은 집터를 구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라는 것은 아니다. 또 나에게 안 맞는 집이라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을 때는 어떤 일을 해도 대체로 탈이 없다.

위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어떤 조짐들이 있었을 것이고, 아울러 고3이라는 민감한 시기가 겹쳐서 더 크게 부각된 경우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어떤 일이 덜컥 발생하거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의지로 이겨낼 수 없는 일들이 우리의 주변에서는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도 얼마든지 발생하고 있다.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을 구원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天(천)의 機密(기밀)에 조금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서, 나 또는 가정이 편안할 수 있다면, 대소사를 결정할 때 알아보고 하는 것도 바로 지혜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모두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辛卯 孟春              -玄覽(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