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
[아시아경제] 2010년 03월 01일(월) 오전 06:00 
사망원인 24% 암 외 기타질병…자살도 6% 달해
연구팀 "암환자의 일상적 건강관리 중요성 의미"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암환자의 실제 사망원인 중 상당수는 '암이 아닌 기타 질병'인 것으로 조사됐다. 암을 치료하는 것 외 이들의 일상적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신동욱 박사팀이 의학저널 'Cancer Cause Control'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하다 사망한 사람들 중 24.0%는 뇌혈관질환 등 '암 외 질병'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한국암등록사업 자료를 토대로 1993∼2000년 암으로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한 24만 여명의 건강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이들 중 10.9%가 연구 중 사망했다.

사망원인 중 24.0%는 암이 아닌 타 질병 등이었다. 비율은 암 종류에 따라 크게 달랐다. 위암, 갑상선암, 자궁암, 전립선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순서로 '암 외 질병' 사망률이 높았다. 다른 의미로는 암의 치명도가 낮아, 완치 가능성이 높은 순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으로 사망하는가를 확인해보니 중풍 등 뇌혈관질환이 18.5%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당뇨(7.8%),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6.8%), 자살(6.2%) 등 순이었다.

연구팀은 "사망패턴이 일반 사람들과 유사했으며, 암환자도 암을 제외하면 정상인과 비슷한 건강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암 외 질병 사망률'이 나이에 따라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25∼29세에 사망한 사람들은 동일 연령, 성별대 정상인에 비해 암 외 질병 사망률이 2.5배나 높았다. 이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예외 없이 낮아져 50∼54세는 정상인과 거의 같았고, 70∼79세는 정상인에 비해 일반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오히려 22%나 낮았다.

연구팀은 "젊은 사람은 항암치료를 매우 강하게 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렸다는 것은 다른 유전적 취약성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스플라틴과 같은 항암제는 암을 치료하면서 혈관도 망가뜨려 향후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암환자가 고혈압약을 잘 먹지 않는다는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암환자들은 암 외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젊은 암환자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건강관리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암환자의 자살 비율이 높게 나온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의 자살률은 정상인보다 28% 높았다.

말기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자살률보다는 물론 낮은 수준이지만, 5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도 자살을 택한 것은 경제적 손실, 실직, 사회 부적응 등 사회경제적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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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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