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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한-베트남 국제결혼이 최근 부쩍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위원장:임준호 변호사)는 지난 7월 3일 변호사회관에서 이주여성 인권연대 김민정 정책실장과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를 초청하여 ‘한-베트남 국제결혼에 따른 인권문제 간담회’를 가진바 있습니다.
  본 웹진 시민과 변호사 편집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주요 인권현안으로 보고, 이날 간담회의 발제원고를 본 웹진에 전재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바랍니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
  “베트남 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며느리 정말 착해요”라는 현수막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도 보다 보니 무감각해지는 면도 없지는 않지만 얼마 전 비교적 진보적이라는 모 신문사의 하단부에 커다랗게 실린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라는 중개업체의 광고는 우리 사회가 결혼 중개과정에 뒷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신매매적이고 인권침해적인 행태들에 대해 무관심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보여진다.

  국제결혼도 이주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양국 간의 결혼을 매개하는 중개구조가 존재한다. 이들 중개구조는 결혼 이주를 가속화하고 대량화시키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이윤을 유지하고 창출하기 위해 인권 침해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중개업자의 눈부신 활동의 결과로 한국 내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 결혼 이주자 사례를 중심으로 이들 중개과정의 반인권적인 행태들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1. 세계화와 이주, 결혼과 만나다.

  세계화 흐름은 외국자본이 국경을 넘는 투자가 늘어나고 국경을 넘는 이주민의 수가 증가되는 현상으로 대표되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 2천만~3천 5백만의 이주노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이주노동은 자국 내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 경제적 배경에 따라 국가와 이주형태가 결정된다.

  고액의 이주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는 계층은 동아시아로
  그렇지 못한 계층은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하거나 상대적은 이주비용이 저렴하게 드는 이웃 국가나 중동으로 이주를 한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 내에서도 이주의 계층화는 보여진다.

  한국의 경우 공식적인 이주경로 중의 하나인 고용허가제의 경우 이주비용인 1,500달러에서 3,000달러를 어떠한 형태로든 지불할 수 있는 계층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하여 자본의 이동에서도 밀려난 한국의 한계산업을 유지하는 마지막 용병으로 일을 하고,
  이러한 이주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일단의 여성들은 물리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 결혼이라는 경로를 통해 자국에서의 가난을 벗어나고자, 그리고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인간적인 희망을 품고 용기 있는 이주를 감행하게 된다.

  개발도상국인 한국에서 자본의 국제화와 노동의 개방화, 유연화로 대규모 사업장들은 비정규직 위주의 고용정책을 유지하면서 단순노동직에 종사하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단의 한국 남성들은 불안정한 고용시장 내에서 주변화 되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어촌 지역은 농산물의 개방과 더불어 농업경제구조의 하단부에 종사하는 남성 계층 역시 주변계층으로 멀어지고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사회적인 위치를 가져야 하는 전통적인 가족구조 내에서 이러한 주변화 되는 일단의 노동자들과 농업, 수산업 종사자들의 결혼은 자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즉 이들 남성과 여성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국제결혼을 통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성들 중의 한 무리가 바로 우리 주위에서 보게 되는 한국 남성의 베트남 국적 배우자들이다.

  그러나 본인의 자발적인 이주 결정도 결혼중개라는 상업적인 메커니즘 속에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순종적이고’, ’온순하고’, ’순수한’ 여성으로 포장되어지고, 특히 유입국의 일단의 계층으로 하여금 매매라고 부르기에는 거북하지만 매매 가능한 가치물로 격하되어 취급되기에 이르기도 한다.


2. 가난 그리고 희망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강제로 이혼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간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소문해서 이 여성의 연락처를 알게 되고 물어 물어서 호치민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따이닌 지역의 여성의 집을 방문했다.

  이 여성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억울함을 토해 내는 그 친정가족들의 소리와 함께 그녀가 다른 4명의 가족들과 살고 있는 양철 지붕에 야자수 잎과 나무 판으로 얼기설기 막아놓은 집 그리고 흙바닥은 이 여성이 벗어나고자 했던 현실이고, 앞집에 대만으로 시집간 딸이 보내준 돈으로 지은 하얀색 콘크리트 집은 이 여성이 국제결혼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희망과 꿈이었으리라.

  그녀는 한국에서 무서운 경험을 했지만 자신은 운이 없었기 때문이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한국남성과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꿈을 거의 이루게 도와준 것은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이었고 이 꿈을 무참히 밟은 것도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이었다.

3. 결혼 중개 구조와 베트남

  방방곡곡에 붙어 있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라는 현수막과 광고의 이면에는 베트남 여성들의 공급에 대한 자신감의 이면으로 보여진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베트남 내에서 외국 남성과 결혼하려는 베트남 여성들을 모집하고 중개하는 구조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발달은 이들 베트남 공급구조가 이미 다년간 대만 남성을 대상으로 사업한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예로 보았을 때와 같이 94년에 단지 530명에 이르던 베트남 배우자의 수는 2000년에는 12,327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한국의 경우는 2000년도 이후 베트남 여성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만을 대상으로 여성들을 공급하던 구조가 그대로 한국 남성들 에게 적용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 베트남 여성 배우자들의 특성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 여성들은 대부분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온 여성들이다. 가난한 남부지역 출신자로 타이닌, 동탑, 동나이, 칸토, 빈롱, 카마오, 박리우 등에서 온 여성들이다. 타이닌* 은 호치민에서 비교적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지역이고 카마오는 메콩 델타 끝 지역으로 차를 타고 약 7시간 정도 걸리는 지역이다.

  * 한 중개업자는 호치민에서 가까운 타이닌 여성들은 물이 들어서 이미 순수하지 못하다고 표현하면서 자신들은 멀리 아부 가난한 지역인 카미우에서 온 여성들만 중개한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대부분 이들 여성들은 가난한 지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작은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로서 이들의 교육 정도는 초등학교 중퇴, 초졸, 중학교 중퇴 등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출신 여성들에 비해 낮다.

  2002년도 대만으로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평균 연령은 21세였다. 실제 로 현재 베트남 현지의 여성의 공급이 대만 남성과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한국에 입국하는 베트남 여성들의 연령분포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 50대의 한국인 남성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이 남성은 19세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는데, 실제 이 남성이 혼인 신고할 때의 이 여성의 나이는 만 18세였다. 너무 어린 여성과 결혼한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 상담원에게 “나도 어린 여성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30대 이상의 여성을 선보여 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모두 20대 초반여성만 보여 주더라” 라고 하소연하였다.

(2) 베트남과 한국의 국제결혼 중개업 사업구조*

  중개업자들의 이와 같은 영업형태는 대만의 여러 조사결과를 통해 알려진 바가 있으며, 한국 업자들 역시도 이유 거의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고 있음을 대규모, 소규모 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한국 내 지사와 현지 지사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듯해 보이 지만, 대부분 모두 개별적인 사업주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 현재 베트남은 여성동맹 산하의 결혼지원센터를 거치지 않은 결혼중개업자에 의한 결혼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 내 지역의 지사(또는 협력업체)들은 베트남 조직들에 대한 정보가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 지역 내에서 신랑후보를 모아 서울 등의 비교적 큰 규모의 업체들에게* 소개하고 비교적 큰 업체들은 현지 지사의 형태로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사무실과 연계를 맺거나 또는 직접 베트남인들의 대체로 큰 규모의 업체들과 연계를 가지로 있는 것으로, 이들을 통해 신부후보들을 소개받는다.

  * 여기서 중개업자의 규모를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자신들만의 안전한 네트워크를 잘 구축했느냐가 사업의 관건이 아닌가 보여지고, 여기서 이러한 연계망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를 규모가 있는 업체라고 표현하겠다.

  규모가 있는 업체의 지역 내 지사를 하던 업체들도 일정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베트남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 업자와 직접적으로 연계를 맺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비교적 큰 규모의 업체들은 분업화가 잘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이러한 운영체계로 인해 한국 내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볼 수 있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선전활동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여 진다.
  뿐만 아니라 이들 한국 업자들의 이러한 공급선에 대한 자신감은 한국 내 베트남만을 전문으로 소개한다는 모 업체의 경우 계약서 내에 “배우자를 스스로 선정할 때까지 지속적인 맞선을 제공 한다”, “맞선의 대상은 100명 이상으로 한다”라는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 최근에는 좀 세련된 계약서를 쓰고들 있는 것 같다.

  한국 내의 작은 규모의 브로커들 중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사람들이 지역 내에서 직접 베트남 아내 지역의 작은 규모의 현지 브로커들과 직접 연계를 맺어 혼인을 성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경우는 5~10여 명의 여성들이 선을 보러 나온다고 한다.

[그림 1]은 대만의 연구자가 도표화 한 것이다.* 한국도 이와 100%같은 형태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행태도 대만의 그것을 모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예로 2005년 초에 대만에는 “베트남 결혼, 1회 방문이면 됩니다.”라고 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대만 활동가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한국에서도 2005년 하반기부터 “1회 방문으로 베트남 결혼 가능”하다는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 한국인 업자들은 베트남 업자들을 “마담”이라 고 호칭하고 있으며, 비교적 마당발이라서 작은 업자들과 연계를 가지고 있어 한 번에 100명이 넘는 여성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업자들을 “대마담”이라고 부르고 작은 업자들을 “소마담”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업체들은 서로들 자신들이 양심적이고* 비교적 큰 업체라고 자랑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한국 내의 지사들은 대부분 독자적인 사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러한 구조 속에서 누구 하나가 양심적이라고 해서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폐해가 줄어 들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 어떤 중개업자는 자신이 하는 일이 한국의 결혼 못하는 불상한 총각들을 구제해 주는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 1] 대만과 베트남에서 성업 중인 중개업체 흐름도*
*

4. 베트남 여성 결혼 중개과정에서의 문제점

(1) 과다한 이윤착취 구조

  현재, 이들 여성과 결혼하는 공식적인 비용은 나라마다 그리고 중개업체 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보통 미화 9,000 ~ 11,000 달러 정도 드는 것으로 보여진다.*

  * 현재 이러한 가격대는 과당경쟁에 의해 8,000달러까지 낮아지고 있는 추세로 보여진다.

  남성의 경우 추가로 적게는 500$에서 많게는 3,000$ 이상까지 추가비용 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 남성 배우자들이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소위 말하는 ‘지참금’ 등으로 사용되어지는 비용이다. 여성 배우자가 한국 입국을 기다리면서 한국말을 배우게 하는데 드는 비용과 여성 배우자의 친정에게 필요한 물품 등을 사주는 데 비용 등을 따로 지불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4년 가을에 만난 베트남을 주로 소개하는 한 중개업체 사장은 공식 비용으로 받는 1000여만원 중에 제반경비를 제하면 400만 원 정도 남고, 그리고 기본 운영비를 제하면 약 200~250만원 남는다고 한다. 2005년 6월에 지역에 살고 있는 베트남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소규모 중개업자*를 전화로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 분을 통해 현재 베트남을 대상으로 하는 업자들의 사업형태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이 남성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지 2년 된다고 한다.

요즘 한국 남성들에게 1100만원을 받는다, 이중에서 320-370만 원 정도를 베트남 업체에게 주고 나머지는 700만 원 정도는 한국 업자 몫이다. 물론 이 돈에는 남편의 비행기 값이 포함되고, 베트남 측에 보낸 돈에는 베트남에서 소용되는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한국 측 몫 중에는 만약에 지역에 있는 커플 매니저와 함께 한 경우에는 그 사람들에게 200-300만 원 정도 돌아가게 된다.

  쉽게 돈을 번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하려고 한다. 베트남 지사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 한국 사람들도 많은데 잘못 걸리면 큰일 난다.
  서류장난이라고 해서, 멀쩡한 아가씨 호적에 없다는 이유로 한국 측에 돈을 더 요구하기도 하고, 언어가 안 통하는 맹점을 노려 여러 가지 ‘서류장난’을 치기도 한다.
  일전에 호치민 영사관 앞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옆에 있던 한국 사람이 저 사람이 2000만원을 뜯은 놈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 놈들은 그곳에서 전기 요금도 못 내는 한국에서 도망간 수배자라고 한다.

그곳 브로커들은 중간에서 이러저러한 돈을 가로챈다. 한국 남성들은 자신들이 따로 주는 지참금이 여성들에게 가는 줄 아는데, 대부분 브로커들이 가져간다. 어떤 한국 신랑은 자신들이 준 돈에 일부가 여성들에게 가는 줄 알기 때문에 일부로 그런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건사고가 많아서 머리가 아파 이 사업 더 못하겠다. 고소 고발이 많다. 멀쩡한 여성을 두들겨 패질 않나, 어떤 사람은 신랑은 좋은데 여성이 집으로 가겠다고 때를 쓰지 않나….

지난(2005년) 3월에 베트남 총리가 국제결혼을 못하게 한 이후에 좀 조심했는데, 그러다 말더라. 호치민에서 결혼식 잘 하고 있다. (이하 생략)

(2) 의사결정의 자율성 부재 -  합숙생활

  2005년도에 입국한 한 19세의 베트남 여성의 선 볼 때의 경험과 느낌을 먼저 나누고 싶다.

「호치민에서 선을 보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었다. 남성이 한 명이 왔는데 여성400명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선을 볼 때 어떤 경우에는 하이힐을 신고 호텔 8층까지 걸어 올라가기도, 경찰이 단속 나오면 각자 알아서 도망가야 한다. 잡히면 벌금 50만동10)이다.(성매매로) 10) 한국 돈으로 약 5만원이 조금 못되는 돈이다.
  몸도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생활이었다. 집에서 30만동 가지고 호치민으로 올라왔다. 호치민은 먹을거리도 많은데 참아야 했다. 업체 집에서 살 때 싼 음식을 사서 대충 먹고 살았다.  남의 집에서 돈 안내고 먹으니깐 마음이 불편하였다. 친구와 함께 안고 울기도 했다.
  선보러 갈 때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 10인용 봉고차에 30~40명 한꺼번에 들어가서 이곳저곳에서 선을 보러 다닌다. 돌아올 때는 차비는 내가 내야 한다. 이것저것 돈들이 들기 때문에 팔찌, 목걸이를 주인아줌마에게 맡기고 돈을 빌리기도 한다.
  이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매일 호텔마다 돌아다니면서 힘들었는데, 한국 남자들 야박하다. 경마장 안에서 선볼 때 여자들 새벽 3~4시부터 준비해야 한다. 경마장 안에서 지쳐서 누워서 기다리기도 한다. 민망하고 쪽팔리기도 하다.
안 붙으면(결혼이 성사되지 않으면) 민박아줌마 화내고, 누구는 이렇게 있고 싶냐구요. 빨리 합격해서 떠나고 싶지.....
  옷 잘 입어야 하고
  높은 구두 신어야 하고
  차 내리다가 오토바이에 치일 뻔 하기도 하고
  다른 업체 여성들이 들어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 차 내리자마자 빨리 뛰어 올라가야 하고…
  경찰이 오면 열심히 도망가야 하고..
  길바닥에서 화장해야 하고,
  가게 앞에서 앉아서 쉬고 있으면 가게 주인이 재수 없다고 (성매매 여자로 생각하여) 쫓아내기도 하고,
  커피숍에 들어가면 음료수 사먹어야지 돈이 없으니깐 들어가지도 못하고....
  햇볕이라도 가리려 고 가게 집 지붕 밑에 들어가면 어떤 집주인들은 물을 뿌리면서 “빨리 가, 가”…
  빨리 뛰어가서 호텔가서 버스 타고, 뛰어 올라가서 남성 만나야 한다.

  대만 사람도 선을 보고 한국 사람과도 선을 보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에 3~5회까지 선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대만에 가고 싶었다. 한국 가면 고생이 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남편이 나를 지목했을 때 어딜 가든 운명이다 싶어서 결정했다.」

  많은 경우 자신들이 결혼을 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미 자신들 스스로가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구조에 발을 들여 놓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 여성들은 시골에서 이웃의 소개 또는 아는 사람이나 친척의 소개로 호치민에 있는 작은 마담의 집에서 적게는 3명, 많게는 10여명이 함께 모여서 합숙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대만이나 한국에서 남성이 오면 계속 선을 보게 된다.
  운이 좋으면 곧 혼인이 성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몇 달까지도 계속 합숙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의 합숙생활과정에서의 생활비가 부채화되고 이것을 갚지 못하면 이들 여성들은 자신의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받기도 한다.*

  * 호치민이 아닌 타 도시에서 맞선을 보는 경우에는 이러한 합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100명~200명의 여성들이 몰려드는 맞선과정에서 한번 남성에게 선택이 되면*

* 베트남 여성들은 종종 “합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언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여성들은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 그리고 거절을 하면 어떤 경우는 다시 선 볼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 한 한국인 중개인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마담도 있지만 자신이 그러지 말라고 해서 많이 좋아졌다고 표현하는 걸로 보아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남성이 농사를 짓고 있다거나, 시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경우 등에는 베트남 여성들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들 여성들이 어리고 학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현지 브로커들의 탈법적인 협박에도 이들은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상담원으로서 혹시 베트남 신부들의 나이가 어린 이유가 업자들 자신들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한 방법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 얼마 전에 한국에 입국한 지 2달된 30세의 베트남 여성을 만났는데, 이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하려고 접수하러 간 날 바로 결혼식장으로 가서 준비하고 있던 현재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고 한다. 사연인즉 이 한국 남성은 이미 40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 여성이 결혼식 당일 날 지참금의 부족으로 인해 마구 화를 내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이 30세의 여성이 대신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3) 합방문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는 5박 6일 내지는 7일의 상품화되고 정형화된 코스를 밟게 되는데, 저녁 비행기로 12시에 호치민에 내려서 아침 일찍부터 선을 보고 여성을 선택한 후에 다음날 오후에 결혼식을 하고 바로 합방을 하는 것이 일련의 과정이다.

  혼인신고 전 호텔에서 함께 잠을 자는 것은 성매매에 해당되지만 암묵적으로 합방이 필수적인 코스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업자들은 한국 에서 신혼여행과 같은 개념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합방을 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 결정을 번복할 수 없도록 하는 강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과정에서 남성이 초청을 하지 않아 임신한 채 베트남에 남게 되는 여성도 발생하게 되고, 한국 남성은 한국에 돌아와서 마음이 바뀌었지만 처녀를 망친 놈이라는 욕설과 협박으로 뒤늦게 여성을 초청한 사례도 있었다.

(4) 여성 몸의 극단적인 상품화-처녀막 재생 수술&산부인과 검진

  2004년에 만난 베트남 여성의 경우는 처녀막 수술을 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 여성에 따르면 브로커가 수술비를 지불했다는 충격적인 사례도 만날 수 있었다. 첫날밤에 처녀라는 의미에서 피가 나야 하기 때문에 업자들이 이러 한 행위를 한다고 하며, 2005년 6월에 만난 한 베트남 여성은 “베트남 남자와 결혼하면 수술 안 해, 외국남자 수술해”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성관계를 맺고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남편이 한국에서 초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베트남의 현지 업자는 이 여성에게 처녀막 재생 수술을 시켜준 후 다른 한국 남성과 결혼하게 한 경우도 있다.*

  * 한국 중개업자는 처녀막 재생수술은 대만 남성들을 위한 것이고 한국 남성들과 결혼한 여성들은 출산여부를 확인하는 산부인과 검진을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한다.

(5) 갈취

  심지어 성혼하는 과정에서 남편들이 아내에게 주는 지참금 명목의 적은 돈이나, 한국어 교육비 등을 현지 중개업자들이 가로채는 일이 비일비재한 듯하다.

  그것도 모자라서 혼인서류를 제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여성들이 직접 지불하는 경우도 여러 경우 만날 수 있는데, 한국 남편에게서 받은 약간의 지참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대사관 경비 아저씨에게 지불하는 5만동 뇌물도 베트남 여성들이 직접 지불했다는 경우 도 있었다.

(6) 허위정보 전달 또는 정보의 고의적인 누락

  남성이 간질, 술 중독, 정신병력, 녹내장, 정신지체 등일 경우 여성들이 모르고 있다가 한국에 입국한 후에야 뒤늦게 알게 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업자들은 전혀 몰랐다거나 나중에 알았다라는 변명을 하기도 한다.

  남성들이 외형적으로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는 여성들도 쉽게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겉으로 보아서 표가 나지 않는 경우에 종종 여성들에게 남성의 상태가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7) 정보력이 떨어지는 일단의 한국 남성들

  한국의 중개업자들은 온갖 선전문구들을 동원하여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한국의 남성들을 모집한다. 그들이 선전하는 문구들은 고객 남성들이 꼭 원하는 여성상이다. 문구들이 객관적이지 못한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는데도 이들 남성들은 그대로 믿는다.

“베트남 여성의 몸매는 대부분 날씬하고 하체가 길어 외관상으로 보기가 좋고 눈매가 시원시원하며 항상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많은 여성들이 가정경제를 책임질 만큼 열성적이며 가정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에 이곳 여성들과 결혼할 경우 가정이 문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해도 된다.
“베트남 여성은 나이 차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므로 한국 남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쉽게 장가를 갈 수 있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중국, 러시아 등에서 온 신부들과는 달리 취업을 위해 위장 결혼하는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캄보디아 여성은 16세 이상이면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 여성은 성에 대해 일찍 눈뜨지만 문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들 남성들이 국제결혼을 하는 여성들에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등을 무마하기 위해 후불제, 3개월, 6개월 심지어는 12개월* 신부보증제까지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즉 신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도망을 갈 경우 다른 여성을 소개시켜 주거나, 결혼비용의 일부를 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 2004년 가을쯤 한 중개업자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12개월 보증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12개월 동안 신부를 관리한다(?)는 소리냐?” 라는 질문에 작은 중개업자들은 “1년 동안 영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고 대답하면서 현실성이 없는 약속이지만 업자들간 경쟁이 심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였다.

(8) 강압적인 사후 관리행태

  한국의 중개업자들은 최대한 이들 여성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남성과 시부모들에게 아내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하기도 한다.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 압류, 같은 국적의 친구들과 연락을 못하도록 막거나, 전화연락 등을 통제하거나 용돈 등을 안 주는 것은 기본적인 통과의례로 나타나고 어떤 남편들의 경우는 직접 소개자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는 한국인 중개업자가 “이혼을 원하면 수속비 얼마를 내고 가라” 임신하고 있는 여성에게는 “이혼을 하면 그냥 너희 나라로 돌려보내 버리겠다.” 는 등의 협박을 하거나, 실제로 중개업자가 직접 이주여성을 폭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아니면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한국인 업자는 일방적으로 참으라고 하거나 아니면 3개월만 참으라고 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서 중개업을 하는 업자들은 입소문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이탈은 이들 사업에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자신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여성들은 강제로 이혼을 시키고 베트남으로 돌려 보내지기도 한다.

5. 글을 마치며

  베트남은 중개업을 통한 국제결혼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업자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가끔씩 단속에 걸려서 망신을 사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중개업이 불법인지 모르고 따라나섰던 한국 남성들 역시 단속에 걸려서 혼이 나기도 한다.

  이미 저개발국 여성들의 결혼을 통한 이주는 전 지구적인 현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국가 간에 형성된 중개과정에서 이들 여성들은 인신매매를 당할 위험 역시도 높아지고 있고 그 수법들도 다양화 또는 날로 정교화 되어지고 있다.

  정작 결혼을 통한 이주를 결정하는 본인들은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서 필연적으로 억압당하는 구조를 거침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행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좀 더 인간적인 결혼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어떻게 규제를 해야지 이러한 형태의 중개 업체들의 관행을 줄일 수 있을까?

  현재 열린우리당 김춘진의원 대표 발의로 중개업 허가제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꼭 일 년 전에 처음 허가제 법안을 보았을 때 마른 손바닥 위에 올려진 모래알이 연상되었다. “빠져나갈 놈들은 다 빠져나가겠군.…, 그래도 현재처럼, 전국에 몇 개의 업체가 있는지 파악되지 않는 현 구조보다는 일정 정도 업체를 파악*하고 일정 기준과 규제조항을 두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는 막연한 의견만이 있을 뿐이었다.

  * 현재 업체들은 사업유형에 기타사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2004년 국세청에 기타 업종 중에서 결혼 소개업을 하는 업소들의 등록 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데이터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앞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제결혼이 늘 것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규제해야 하는 행위와 의무조항에 대하여 좀 더 치밀한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중개행위가 규제되어야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현재 사회ㆍ경제ㆍ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국제결혼을 하는 일부 남성계층과 이러한 고도로 상업화된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사결정권이 박탈된 여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