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택일

얼마 전 출산을 앞둔 부부가 방문하여 수술로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출산택일을 부탁했다.

몇 년 전에 상담을 하였던 분들로 남편 사주에 자식이 없는 팔자라서 이미 자식을 갖는데 어려움이 많을 거라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몇 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진 것이다. 그런 만큼 그분들에게는 남달리 귀한 자식이리라.

모든 상담이 정성과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특히 출산 택일은 어린 생명으로 변수가 많은데,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運(운)은 물론 건강까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아울러 부모 형제와의 관계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상담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부분이라 하겠다.

우선 출산택일을 위해서는 먼저 태아가 乾命(남자)인지? 坤命(여자)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 다음 출산 예정일을 알아야 한다. 성별에 따라 운의 흐름이 순행과 역행으로 나누어져 앞으로 살아갈 명운이 달라지기 때문이며, 출산 예정일에 따라 예정일을 기준으로 약 15일전부터의 모든 사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산택일을 하였다 하여 모든 아이의 일생이 모두 좋을 수는 없으며, 더욱 건강까지 완벽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출산예정일에 따라 그해와(年柱) 달(月柱)은 이미 정해져 있고, 다만 日(日柱)과 時(時柱)로써 年과 月을 보완하여 四柱(사주)를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완벽한 경우도 있겠지만 언제나 구성의 虛失(허실)은 있을 수 있다.물론 출산택일을 하는 것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사주의 구성을 만드는 것인 만큼 무작정 출산을 한 경우보다는 분명 나은 사주인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요즘 병원의 근무시간이 대부분 낮으로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출생 시간의 선택 폭이 좁아져 좋은 사주를 구성하는데 더욱 어려움이 따르며, 좋은 사주의 구성에 따른 택일을 하였다 해도 예고치 않은 산통으로 인하여 예정을 벗어나는 경우도 다반사이니 자연 출산이든 인위적 수술에 의한 출산이든 한생명이 좋은 사주를 받아 태어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정해진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태아의 성별은 사내아이였으며, 예정일에 십 여일 앞서 姙婦(임부)께서 중요한 볼일이 있으니 그 날을 비켜서 택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약 10일 동안의 사주를 모두 만들어 가능한 가장 좋은 사주의 순서로 선별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아이의 운을 좋게 만든 사주들이 모두 부모(印綬:인수)자리가 없거나 파손이 되는 구성이었다. 아이의 출생은 아이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그 아이가 태어나므로 인하여 우선은 부모요 차후로는 처궁(부인, 재물)과 관궁(명예, 직장, 남편)과의 관계가 조화로워야 하는데 괜찮은 사주가 모두 부모궁에 문제가 있는 구성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전화를 하여 그와 같은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그것이 무슨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물으셨다. 그래서 그것은 부모가 손상될 수 있음을 설명 드리고, 정해주신 기간보다 4일 전의 날에 모든 오행이 중화를 이루어 아이의 장래 運은 물론 육친과의 구성도 조화로운 사주가 있으니 그날을 선택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연락을 달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다음날 전화로 내가 정해주는 날짜와 시간으로 출산일을 결정했다고 연락이 왔다.

출산일까지는 아직 많은 날이 남았고, 나는 일상의 상담으로 인하여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 분으로부터 전화가 와 아이는 정해준 시간에 출산을 하였으므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셨다.

정해준 시간에 출생을 하였으므로 작명에 따른 자료는 이미 나에게 있으므로 여러 개의 이름을 만들어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전화로 불러주고 다시 기다렸다.

그런데 보통은 하루나 이틀이면 정해서 연락이 오는데 15일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를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것이냐? 고 물으니 아이의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이다. 얘기인 즉 아이가 산소결핍증이란다. 일반적으로 신생아의 경미한 산소결핍증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냐고 다시 물으니 의사선생님이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하셨단다.

그러면서 아이의 사주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느냐고 하셨다. 그래서 출산 전에 정해준 범위의 날짜에서 부모가 없는 사주의 구성이 많아 그것을 보완하느라 날짜를 당겨 잡은 것이라 했더니, 부모를 보완하느라 아이가 나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냐고 하셨다.

그러나 출산택일에서 최우선시 하는 것은 역시 태어날 아이이며, 그 다음이 육친이나 장래 운의 흐름이라 말씀드리고 자세한 설명을 위해 방문 가능한 날을 잡아드렸다. 물론 출산 택일을 해준 사람으로서 그 사람들을 기다리는 며칠의 시간, 사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아무리 나의 선택이 올바르다 해도 아이의 건강이 나쁘다는데 어찌 걱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약속한 날이 되어 부부가 함께 방문을 하였으며, 아이의 사주 구성의 경위에서부터 앞으로 운의 흐름, 육친과의 조화성, 타고난 건강의 허실까지 모두 상세하게 설명을 드렸다. 두 분은 아주 밝지는 않지만 작은 미소를 지으시며 사실은 출산에 따른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산모가 지혈이 되지 않아 병원에서는 죽는다고 하였는데 우역곡절 끝에 살아났으며, 그로 인하여 아이에게 혈액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산소결핍증과 빈혈증세가 있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신이 살아난 것은 택일을 잘해서 부모가 안전하게 해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하시었다. 물론 그렇게 걱정스런 표정도 없었으며, 나도 괜찮아 질 것이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해드리며 그날은 헤어졌다.

그런데 출산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이의 이름 결정에 대한 전화가 없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는 며칠 안으로 연락이 오며, 아무리 늦어도 출생신고 기간인 한 달 안에는 연락이 오는데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으니 나는 또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한 달 하고도 며칠이 더 지난 후, 이제야 이름을 정했다면서 연락이 와, 상세하게 작명서를 작성하여 모든 마무리를 지었다.

긴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或者(혹자)들은 출산택일을 이사택일이나 결혼택일을 하듯이 吉日(길일)이라며 정해준다거나, 사주 공부가 미흡한 상태에서 길흉이 엇갈리게 택일을 하여, 오히려 한 사람의 일생을 어그러지게 하는 경우들도 있으니, 易者(역자)는 물론 출산택일을 원하는 분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선택 하여야 되리라.

또한 이런 경우는 작명에서도 흔한 현상인데, 작명에 대한 정법을 무시하고 부족한 학문을 과시하거나, 우선 들어서 예쁜 것 같은 이름만을 선호하거나, 漢字(한자)의 뜻만 좋으면 좋은 이름인줄 알거나, 아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하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름을 짓는 여러 가지 위험한 발상들이 난무하는데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이름을 지을 때는 어떻게 짓던 상관이 없겠으나 아이는 자신의 분신이거나 부산물이 아니고 엄연히 새로운 우주만물의 구성원임을 인식하여,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사주 구성에 맞는 이름으로 짓도록 하여야 하겠다.

易者(역자)는 학문을 익히고 활용함에 있어 誠意(성의)와 正心(정심)을 다할 때, 天機(하늘의 기밀)가 조금이나마 나에게 感應(감응)하여 좀 더 바른 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하리라.

<<늘 까만 어둠속에서 작은 빛을 찾는 마음으로...>> -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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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임철초 선생의 “적천수 천미” 중에서 小兒章(소아장)에 있는 글을 실어본다.

小兒

論財論煞論精神 四柱和平易養成

氣勢攸長無斲喪 殺關雖有不傷身

財星도 헤아리고, 官殺도 헤아리고, 精神도 헤아려
四柱가 안정되고 중화를 이루면 成人이 될 때까지 기르기가 쉽고,
기세가 안정되게 뻗어나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으며,
비록 神殺이 관련되어 있다 해도 몸을 傷하지 않느니라.

任氏曰:

小兒之命 每見清奇可愛者難養 混濁可憎者易成 雖關家門之氣數 亦看根源之淺深 且小兒之命 是猶果苗之初出,宜乎培植得好 固不待言 然未生之前 父母不禁房事 毒受胎中 旣生之後 過於愛惜 或飮食無忌 或寒暖不調 因之疾病多端 每至無成 尙有積惡之家 而無餘憂 雖小兒之命 清奇純粹者 所以難養也. 有第關於墳墓陰陽之忌 遷改損壞 以致夭亡 故小兒之命 不易看也. 除此數端之外 然後論命 必須四柱和平 不偏不枯 無沖無克 根通月之 氣貫生時 殺旺有印 印弱有官 官衰有財 財輕有食傷 生化有情 流通不悖 或一神得用 始終相托 或兩意相通 互相庇護 未交運而流年平順 旣交運而運途安祥 此謂氣勢攸長 自然易養成人 反此則難養矣 其餘關殺多端 盡皆謬妄 欲以何等惑人 則造何等神殺 必宜一切掃除 以絶將來之謬.

小兒의 命을 항상 보아 온바, 맑고 뛰어나 가히 사랑스러워 보여도 기르기는 어렵거나, 혼탁하여 가히 미워 보여도 기르기는 쉬운 경우가 있었으니, 비록 가문의 기운이 막혔더라도 역시 근원의 깊고 얕음을 살펴야 하느니라.

또 小兒의 命은 과일나무의 처음 나오는 싹을 바로잡아 주듯이, 마땅히 잘 북돋우어야 좋은 아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느니라.

그러나 태어나기 전에 부모가 房事(방사)를 절제하지 않아 毒(독)을 胎中(태중)에서 받거나, 태어난 후에 사랑하고 가여워 하는 마음이 지나쳐 음식을 가려주지 않거나, 혹은 추위와 따뜻함을 고르게 해주지 못해 질병이 많이 생겨 成人(성인)이 될 때까지 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느니라.

惡(악)을 많이 쌓은 집안은 넉넉하지 못할까봐  근심이라 하겠지만, 비록 어린아이의 命이 맑고 뛰어나게 순수하더라도 이로써 기르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느니라.

다음은 조상의 墓(묘)에서 陰陽의 배치가 잘못된 것도 관계가 있으며, 墓(묘)를 옮기거나 고치기를 잘못하여 일찍 죽는 경우도 있으니, 故로 어린아이의 命은 보기가 쉽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제시한 경우 외에도 여러 가지 상황을 참고한 후에 命을 論해야 하는데, 필수적으로 四柱가 화평하고 偏枯(편고)되지 않아야 하며, 冲剋(충극)이 없이 根이 月支에 通하여 氣가 生時에 관통되어야 하느니라.

殺이 旺하면 印綬가 있고 印綬가 弱하면 官이 있으며, 官이 쇠약하면 財가 있고 財가 약하면 食傷이 있어 生化有情(생화유정)으로 흘러서 通함이 어그러지지 않아야 하느니라.

一神의 用神을 얻어 始終(시종)이 서로 받쳐주거나, 혹은 두 뜻이 通하여 서로 감싸 보호해주거나, 大運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는 流年(유년)이 안정되게 따라주고 이미 運이 들어 왔을 때는 運途(운도)가 안정되고 상서로워야 하느니라.

이를 일러 기세가 여유롭게 뻗어간다고 하니 자연히 成人이 될 때까지 기르기가 쉬우며, 이와 반대인 경우는 곧 기르기가 어려우니라.

그 외에 神殺(신살)과 관련된 것도 많으나 모두 그릇되고 망령되어 없어져야 하며, 사람을 현혹시키고자 命造(명조)에 神殺을 취하는 것이니 반드시 일절 掃除(소제)하여야 마땅하며, 장래에는 그릇된 것을 끊어야 하느니라.

-신이 남긴 문자 上-1 小兒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