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식물의 수승화강에 대하여

1. 식물

식물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굵은 뿌리와 잔뿌리가 있는데, 잔뿌리는 물을 흡수하는 첫 단계의 관문이며 굵은 뿌리는 물의 임시 저장소이다. 왜 굵은 뿌리로 물을 흡수하지 않고 잔뿌리로 흡수하는 걸까? 그것은 물은 水氣요 水는 寒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데, 그 寒氣를 중간에서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잔뿌리인 것이다. 즉 잔뿌리는 흙(土)과 함께 나무와 물의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土의 변화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굵은 뿌리로 직접 물을 흡수한다면 아마도 그 나무는 작은 온도 변화에도 얼어 죽게 될 것이다.

또 나뭇잎을 바라보면 끊임없이 태양열의 도움을 받아 탄소동화작용[6CO2 + 12H2O + 빛에너지→ C6H12O6 + 6H2O + 6O2]을 하고 있는데, 이때도 맨 처음 잔뿌리에서 흡수한 수분(H2O)이 나무줄기를 타고 상승하여 잔가지와 잎으로 보내지고, 다시 태양열(빛에너지)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2)와 함께 중화 조절하여 광합성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이것도 枝葉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굵은 기둥(본줄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굵은 기둥에서 이런 작업들이 이루어진다면 그 나무는 뜨거운 여름날이면 한꺼번에 열기를 다량으로 받아드려 말라죽거나 타 죽게 될 것이다. 그래서 태양열을 직접 받는 굵은 기둥의 껍질은 울퉁불퉁하고 거칠게 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나뭇잎에서 받아들인 태양열은 地中의 잔뿌리로 보내져 잔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을 조절하고 변화된 물은 상승하여(水昇) 나뭇잎으로 받아드리는 태양열과 만나는 과정을 반복하니, 잠시도 쉬지 않고 水昇火降(탄소동화작용) 운동이 이루어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地支의 네 개 土中에 乙木을 저장한 土가 辰土와 未土인데 따로 水의 도움이 필요 없는 것은 봄의 土인 辰土가 된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戊土와 癸水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戊癸火하여 辰中의 水氣를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식물들의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의 작업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식물의 뿌리는 地中의 수분을 적절한 온도로 받아드리기 위해 태양에서 받아드린 열에너지를 뿌리에 저장하려고 노력하고 잎이나 잔가지는 태양열로부터 대응하기 위해 뿌리에서 보내오는 수분(寒)을 간직하게 되니, 식물은 上에 寒性, 下에 熱性을 저장하게 된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한약재나 식품에서 열성으로 활용되는 것은 식물의 뿌리 부분이고 한성으로 활용되는 것은 잎이나 열매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인삼은 뿌리가 갖고 있는 열을 이용하는 약재요, 식품이다.

2. 동물

그러나 사람은 後天之氣인 음식물을 위(上: 입)로 받아드려 腐熟(부숙) 활용하고 남은 찌꺼기를 아래(항문)로 내보내는데 그런 중간의 변화 작용을 위장(土)이 맡고 있다. 그러나 타고난 사주에서 오행의 기세적 허실과, 살아가는 동안에 후천적인 요인으로 중화가 깨져 장부의 편차가 커지니 水昇火降이 이루어지기보다는 水火分離, 上熱下冷(상열하냉) 현상을 만들어 건강이 더욱 나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활 속에서 조금 덥더라도 찬 음식을 함부로 먹거나, 찬물을 벌컥 벌컥 들이마시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위장을 도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그것은 계속해서 水昇火降을 역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머리는 차가워야 병이 없고 발은 따뜻해야 병이없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도 수승화강 작용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식물처럼 수분이나 영양분을 땅에서 공급받지 않고 입(上)을 통하여 받아드리므로 소화, 부숙이나 생성과정에서 필요한 열량을 식물처럼 아래로 보내 축적하려는 필요성이 약하기 때문에 陰靜陽動(음정양동)의 원리에 의해 열은 바로 上으로 몰리고 寒은 자연스럽게 하초로 쌓이기 쉽다.

그중에서도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이것이 동물과 식물의 차이라 하겠다. 그래서 동물성 한약재나 식품은 상초 부분을 熱로 활용하고 하초부분을 寒으로 이용한다.(동물은 上은 熱性, 下는 寒性) 그 예로 동물에서 사슴의 뿔(녹용)은 熱性 약의 대표이며 돼지 족은 寒의 대표이다.